“변화를 만드는 경험이 기자들에겐 최고의 동기 부여.”
“변화를 만드는 경험이 기자들에겐 최고의 동기 부여.”
[인터뷰] 소피 카잘스 니스마땅 솔루션 에디터, “솔루션 기사는 구독 전환율이 두 배.”
니스마땅의 솔루션 섹션은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을 다루는 기사가 많지만 기후 변화와 실업, 주택, 이민자 등 지역 이슈에 한정되지 않는다. 팀장을 포함해 3명의 기자들이 팀을 이루고 있고 모두 여성이다. 다음은 지난 6월29일 니스마땅 대회의실에서 만난 솔루션 에디터 소피 카잘스(Sophie Casals)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니스마땅의 솔루션 저널리즘 조직을 설명해 달라. 몇 명이 한 달에 몇 건의 기사를 쓰나.
“솔루션 저널리즘을 전담하는 기자는 3명이다. 한 달에 30건 정도 기사를 내고 있다.”
– 기후 변화 이슈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 가뭄에 대한 해법을 다룬 시리즈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빗물이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실제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프랑스는 어떤가?
“해법을 모색하고 제안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끌어내려면 정치가 움직여야 한다. 심지어 법이 있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 부족 문제의 원인이 지하수 고갈 때문이고 빗물이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끌어냈다면 실제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고층 건물의 용적률을 높이고 자연 녹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고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 가장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어떤 건가.
“소개하고 싶은 기사가 정말 많지만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두 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는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가 보여주는 기사를 쓸 수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해법이 무엇인지 제안을 달라고 했더니 6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 50건을 선택해서 기사로 만들었다. 그 어떤 기사 보다 반응이 좋았고 실제로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버려진 농지에 대한 기사였다.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은 땅이 없는데 여전히 비어있는 농지가 있다.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비영리 조직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는데 농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이 열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1년 뒤에 후속 기사로 변화와 한계를 짚는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 이런 기사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나.
“솔루션 저널리즘 콘텐츠는 니스마땅이 쓰는 많은 기사 가운데 일부다. 그래서 솔루션 저널리즘 덕분에 구독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반적인 기사의 평균 체류 시간이 2분 정도인데 솔루션 기사는 6분이다. 유료 구독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일반 기사는 6% 정도인데 솔루션 기사는 13% 정도로 나타났다. 구독자 수도 중요하지만 충성 독자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문 조사를 한 적 있는데 응답자의 70% 정도가 솔루션 기사를 더 많이 다뤄달라고 답변했다.”
– 독자들에게 기사 추천을 받고 있다.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달마다 세 가지의 주제를 선택해서 정기 구독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어떤 기사를 다루면 좋겠느냐고 묻고 1주일 동안 투표를 한다. 구독자들은 뉴스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를 구독료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주제가 풍성해지기도 한다. 폭염을 주제로 취재를 하고 있는데 한 독자가 실내 주차장을 늘려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단순히 기사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해법을 찾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편집회의에서 결정한다.”
–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은데 서너 명의 기자들이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나.
“솔루션 저널리즘을 전담하는 기자는 세 명이고 하나의 주제로 10~12건의 기사를 내보낸다. 깊게 파고 들지 않아도 되는 이슈는 그날그날 스트레이트로 다루고 좀 더 깊이 다뤄야 하는 아이템은 최대 6주 동안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 솔루션 팀은 세 명이지만 이런 접근을 편집국 전체로 넓혀가고 있다. 12개 팀이 있기 때문에 조금씩 이러한 실험을 확장하고 있는 과정이다.”
– 2014년의 경험을 이야기해 달라. 폐업 위기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7만 유로를 모금했고 유료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2014년에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헐값에 팔려나갈 상황이었는데 차라리 직원들이 회사를 매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니스마땅은 이 지역의 유일한 일간 신문이고 정기 구독자가 아니라도 애정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후원금이 쏟아졌고 법원이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회생 기회를 줬다. 37만 유로가 회사를 살린 건 아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동력이 됐던 건 사실이다.
– 솔루션 기사는 유료 구독자들에게만 공개된다. 많은 뉴스 기업들이 겪는 딜레마지만 경쟁력 있는 기사가 유료로 묶이면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지 않나.
“우리는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했다. 2015년에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유료 구독을 도입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뉴스를 읽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뉴스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무료 기사라고 더 많이 읽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새로운 독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니스마땅이 그동안 썼던 기사와 다른 기사를 디지털에서 실험하고 여기에서 젊은 독자들의 유료 구독을 끌어내는 전략이었다.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도 일부 기여하긴 했지만 1700명에서 시작해서 일곱 배 이상 정기 구독이 늘었다.”
– 구독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은 기사들이 따로 있나.
“우리 삶의 주변 이야기와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기사가 반응이 좋다. 구독으로 연결되는 비율도 높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 뿐만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기사를 만드는 게 우리 팀의 미션이다.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는 댓글이 많고 덕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댓글도 있었다.”
– 솔루션 저널리즘의 취재 가이드라인이 있나. 미국의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해법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결과와 한계를 풀어써야 한다고 한다.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미국에 솔루션 저널리즘의 사례가 많다고 들었지만 특별히 교류가 있는 건 아니었고 우리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수많은 고민과 실험을 거듭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때는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설명했다. 실패의 원인과 개선 방안, 한계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분 좋은 기사나 홍보 기사를 솔루션 기사로 부르지 않는다는 건 명확하다.”
–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 7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제 해결의 과정을 추적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
“의미있는 변화를 끌어낸 기사도 있었지만 완결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후속 기사도 중요하다. 우리가 찾는 해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가, 다른 변수나 한계가 있는 건 아닌가, 계속해서 취재하고 검증한다. 만약 다른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기도 한다.”
–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기사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첫 번째 기사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두 번째 기사부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소개하면서 접근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해법에 이르렀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풀려고 노력한다. 기사 제목을 ‘어떻게’로 시작해서 ‘해야 하는가’로 끝나는 것도 우리 스타일이다.”
– 기자들 교육은 어떻게 하나.
“전통적인 방식은 문제를 드러내고 강조하지만 우리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30%, 해법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70%를 할애한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누가 이 문제를 더 잘 알고 있는지, 한계는 없는지 등등을 계속해서 묻고 더 깊이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시리즈 기사를 쓰면서 시민들의 반응을 담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지역 정치인들에게 압박이 된다. 우리가 쓴 기사가 실제로 변화를 만든다는 경험이 기자들에게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 다른 지역의 경험에서 해법을 찾기도 하나. 니스의 해법을 다른 지역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굉장히 많다. 보르도에서 공공 자전거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보도한 뒤 많은 독자들이 왜 우리 도시는 그렇게 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시작했다. 노인 빈곤 문제를 다루면서 덴마크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덴마크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늑대들이 양떼를 습격하는 경우가 많아 이탈리아의 경험과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도 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이 많고 접근 방식도 모두 다르다. 니스에서 찾은 해법을 서울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 많은 문제가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정치의 역할과 언론의 역할이 다르지 않나.
“정치의 역할이 큰 건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를 정치로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뭄의 해법으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녹지와 습지를 늘리자고 제안할 수 있지만 동시에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을 계속 늘려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그 판단을 하는 것 같지만 이들을 선출하고 이들을 압박하는 건 시민 사회의 영역이다. 언론은 이런 우선 순위에 대한 토론을 제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