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모르는 세계, 누군가는 답을 알고 있다.”
데이빗 본스타인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대표 강연과 인터뷰.
(다음은 2019년 11월24일에 열린 경기도 주최 경기뉴미디어컨퍼런스와 11월25일에 열린 미디어오늘과 아쇼카한국 공동 주최 솔루션 저널리즘 워크숍에서 데이빗 본스타인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대표의 강연과 토론을 정리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저널리스트로 30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뉴욕 메트로 파트에서 범죄와 주택, 에이즈 등을 다뤘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세상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솔루션 취재를 하면서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신문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접하게 됐고 저널리즘이 현실의 절반밖에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저는 새로운 이야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런 기사를 읽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테러, 빈곤, 폭력 등등. 매일매일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을 듣고 보죠.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조사했더니 뉴스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48%가 뉴스를 싫어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한국은 뉴스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뉴스를 안 보는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변이 뉴스를 보면 우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뉴스를 신뢰할 수 없다고도 하고요. 우리는 저널리즘이 피드백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피드백을 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널리즘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여기 아프시군요, 여기도 문제가 있군요, 그리고 그냥 가는 거예요. 그런 진료와 비교할 수 있겠죠. 이거 정말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걸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죠.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건 무엇일까요. 우리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사회 문제에 대한 반응을 추적하는 엄격한 증거 기반의 저널리즘(rigorous, evidence-based reporting on the responses to social problems)”이라고 정의합니다. 문제 만큼이나 해법과 과정을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엄격한(rigorous)’이란 표현을 쓰는 건 사회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도 중요하고 증거도 많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해법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까 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꽤나 많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6년 동안 직원이 40명으로 늘어났고요. 400개 이상의 언론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1만7000명의 기자들을 교육시켰고요. 지금은 미국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수업을 하는 대학이 30개가 넘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시도가 아시아에서도 확산되기를 원합니다. 당연히 한국도요.
“10년 동안 썼는데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나요? 지구 온난화와 부패, 양극화, 이런 문제들은 이미 알고 있죠. 우리의 질문은 그러면 어떻게 이런 문제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답은 없죠.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사회를 압박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잔소리를 하고 좀 더 관심을 가지라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죠.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독자들도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절망하거나 방관하고 있죠. 저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례를 살펴 볼까요? “Toxic neglect(방치된 중독)”라는 기획 시리즈 기사가 있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납 중독이 문제가 됐죠.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납 중독에 노출되는가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플레인딜러(Plain Dealer)라는 신문이 10년 동안 이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8세 이하의 아동 절반 가까이가 납 페인트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고요. 납 중독이 뇌와 신경의 손상과 공공 보건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죠. 이 지역이 특히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문제라는 걸 알게 됐지만 어떤 변화도 없었죠. 그래서 우리 네트워크에 찾아와서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첫 번째로 던졌던 질문이 이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보도가 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을까요? 이거 정말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기사는 많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직접적이고 손에 잡히는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도시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로체스터에서 납 중독을 80% 정도 줄인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누가 했느냐 보다는 어떻게 해결했느냐, 셜록 홈즈처럼 수사를 시작한 것이죠.
이 기사를 보세요. 현명한 도시는 이렇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변명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성공한 도시들의 사례를 보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부모라면 옆집 애들은 이렇게 이렇게 해서 시험 성적이 올랐다는데 너도 이렇게 해볼래? 이렇게 압력을 줄 수 있게 된 거죠. 우리도 이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한데 왜 안 하지?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해법과 목표, 벤치마크를 보여주고 행동을 하도록 압박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핵심은 우리가 다른 잘 하는 곳에서 뭔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공 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에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죠. 클리블랜드에서는 솔루션 저널리즘 보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여러 공무원들이 해고되거나 사임했고요. 조사 인력을 늘려서 낙후된 임대 주택부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를 받지 않은 주택은 임대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저널리즘이 직접적으로 정책 변화를 이끈 드문 경우였습니다. 10년 동안의 보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죠.
저널리스트들은 경비견(watch dog)이지만 안내견(guide dog)도 될 수 있습니다. 정보와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죠. 잘못된 것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많은 기자들은 스스로를 감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안내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냄새를 맡고 가치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근거 기반의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나라나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도 어딘가에 해법이 있거나 해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거죠.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가 많습니다.
덴버에서는 인신매매가 사회적 문제가 됐죠. ‘프리덤 드라이버 프로젝트(Freedom Drivers Project)’라는 시민단체가 트럭 운전사들을 교육시켜서 납치 신고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보급했습니다. 50만 명 이상의 트럭 운전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2000건 이상의 의심 신고를 받아 실제로 1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컨트리뉴스(High Country News)라는 신문이 이 과정을 보도했습니다.
미네아폴리스에서는 무슬림 청소년들이 급진화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지역 신문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덴마크의 사례를 발견했죠. 극단주의와 맞서고 대결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고 끌어안으라는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분류돼 왔던 이들의 분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회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들이 꽃과 꽃을 날아다니는 꿀벌처럼 해법을 전달하고 변화의 희망을 퍼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는 워치독이 아니라 가이드독으로 역할이 변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고 뉴스를 쏟아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하이오에 리치랜드라는 작은 지역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지지율이 70%가 넘는 곳입니다. 오하이오가 영아 사망률이 높은데 리치랜드는 그 중에서도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리치랜드소스(Richland Source)라는 신문이 그 과정을 보도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출산을 앞둔 가정에 골판지로 만든 베이비 박스를 보내줍니다. 기저귀와 내복, 침낭 같은 게 들어있는데 이 박스가 아기 침대가 되는 것이죠. 아이들이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져 죽는 경우가 많은데 박스 안에 이불을 펴고 여기에 아기를 재우는 겁니다.
이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할까? 이런 걸 사람들이 과연 읽을까? 우리가 가서 엄마들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했죠. 커뮤니티 베이비 샤워라는 행사를 만들어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다 같이 모여서 축하하는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잘 마주치지도 않던 사람들이 갓난 아이를 매개로 서로 모이게 된 거죠. 베이비 박스도 나눠주고요. 물론 신문사가 이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정보를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나눠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 지역 커뮤니티가 만나 변화를 만들어낸 사례였습니다.
‘누가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에 집중하라.
여러분이 저널리스트라면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팔짱을 끼고 앉아있을 겁니다. 우리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사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는 영웅을 만들거나 미담을 퍼뜨리기 위해 모인 게 아닙니다. 제도를 변화시키는 게 목적이죠. 만능의 해법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많은 기자들이 월요일부터 5회 연속 시리즈를 통해 문제를 다루고 금요일 아침에 발행되는 결론 부분에 적당히 그럴 듯한 솔루션을 늘어놓습니다. 거대한 다큐멘터리를 펼쳐놓고 해결하고 싶으면 우리 웹 사이트를 방문하세요, 이런 식이죠. 가서 보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씽크탱크 저널리즘도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 이야기, 뻔하고 변죽만 울리고 재미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500달러를 주자, 이런 것도 솔루션 저널리즘이 아닙니다. 캠페인이나 운동도 솔루션 저널리즘이 아닙니다. 청원해 주세요, 투표해 주세요, 이런 것도 아닙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감명을 주고 희망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문제에 대한 반응을 추적하는 접근 방법입니다. 세상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보여줘서 지나친 미화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까? 그럼 이런 주제를 찾아보겠죠. 청소년 임신을 줄인 사례가 있었을까요? 제왕절개 비율이 낮은 병원이 있는지 찾아볼 수도 있겠죠. 또 출산 이후에 산후 우울증을 줄이는 가능성이 있는지, 피임과 낙태에 대한 접근이 있는지, 이런 차이점을 찾아보는 게 솔루션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적인 결과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아동 빈곤이 심각한 곳과 덜 심각한 곳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자살률 통계를 볼 수도 있을 거고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가는 청소년이 어디가 많고 적은지, 잘하고 있는 곳을 비교하면서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이 무엇인가 살펴볼 수 있겠죠.
정신 건강에 관심이 있다고 합시다.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울증과 자살률이 적은 곳, 또는 특별히 수치가 떨어지는 곳을 주목할 수 있겠죠. 성별로 인종별로 계층별로 어떻게 다른지, 시스템이 있을 때 환경에 따라 시스템이 다르게 작동하지 않은지 살펴볼 수 있겠죠. 데이터를 살펴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리서치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심플하지는 않아요. 언론인들이 뉘앙스가 있는 질문을 던져요. 이런 다른 결과를 내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제왕절개 비율이 높을 수도 있어요. 이게 대학 병원일 수도 있죠. 여러 가지 이유로 제왕절개가 늘어났을 수도 있겠죠. 병원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곳에 위치해 있을 수도 있고 말이죠. 양질의 연구인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연구의 비용을 누가 지불하는가도 봐야 합니다. 연구자와 기금의 관계나 연구자들 이런 연구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등등, 엉망인 연구도 많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을 구하라는 게 아닙니다.”
이건 시애틀타임스에서 냈던 기사인데요. 미국에는 AP(Advanced Placement) 수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수업을 채택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학업 성취도가 좋았다, 나빴다, 그리고 이걸 빨리 채택했던 사람들의 효과일 수도 있다, 프로그램을 잘 받아들였던 선생님들의 효과일 수도 있다 등등 이런 건 매우 현실적인 연구 결과죠. 다른 수업보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단순히 좋다고 홍보하는 게 아니죠.
언론이 던질 수 있는 클래식한 질문이 있죠. 누가 잘 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무엇이 빠져 있는가, 무엇을 해결하지 못하는가, 이런 아이디어를 다른 곳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비판자들은 뭐라고 말하는지, 어떤 데는 작동하고 어떤 데는 작동하지 않는지 등등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죠.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정책으로 입안되지 못할 수도 있죠.
이건 가디언에서 쓴 기사인데요. 어떻게 인도의 마을에서 출산 중 사망률을 줄였는지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90%나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기사가 도널드 트럼프의 트윗보다 훨씬 중요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했기에 90%나 떨어졌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한국과 관련된 기사는 많지 않지만, 두 가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학교가 비니까 남쪽 지역의 학교들이 문맹인 할머니들을 학교로 모셔왔다고 하죠. 한국도 출산율이 줄어들어서 고민이 많으시죠. 전남 강진의 대구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없어서 문을 닫을 뻔 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70대 이상 할머니 7명을 신입생으로 받았습니다. 평생 글자를 읽고 쓸 줄 몰랐던 할머니들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기사는 며칠 전 CNN 기사입니다. 한국의 청소년들 중에서 가장 휴대폰에 중독된 학생들이 많다는데요. 여기 재미있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일단 문제를 살펴보고요. 한국 청소년 세 명 중에 한 명이 스마트폰이 가까이 있으면 집중하기 어렵다고 답변했군요.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과 싸운다는 답변도 있었고요.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원인을 찾고 해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단 청소년들이 운동할 시간이 없고요. 스마트폰 중독이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나라입니다. 스트레스를 스마트폰으로 푸는 것이죠. CNN 보도에서는 10~19세 청소년의 30%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디톡스 캠프를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스포츠와 미술, 토론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테크놀로지 없이 기계 없이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이런 캠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강요해서 했을 때는 효과가 없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솔루션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햇빛이 가장 큰 멸균력을 갖고 있다고 하죠. 우리는 은밀한 것을 들춰내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건 20세기의 가정이었고요. 21세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언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한계가 나타나고 있고 독자의 수준도 높아졌고 사회 전체적으로 토론과 참여가 늘어났습니다. 20세기의 언론이 단지 비밀을 들춰내는 데 그쳤다면 21세기에는 저널리즘이 더 많은 것을 도울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툴킷’ 한국판 나온다.
많은 대학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토우센터에서 이런 보고서를 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보도가 기사의 인게이지먼트가 높다는 것입니다. 페이지뷰는 102%, 체류 시간은 80%, 페이지 읽는 시간은 10~25%나 늘었습니다. 공유 수는 230%나 늘어났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신뢰와 관련된 것입니다. 기자들은 사람들이 우리가 정확하기 때문에, 최대한 팩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관심이 있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하는 것입니다. 관심은 매우 중요합니다. 관심이 있다는 건 지역 사회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죠. 그게 낙태든 정신보건이든 약물이든 폭력이든 지역 뉴스에서 누군가가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면 참여를 하게 되고 신뢰도 향상되고 언론사의 수익도 오릅니다. 스폰서도 생깁니다. 신문을 유료로 구독하는 비율도 늘어나고요.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를 아카이빙하는 ‘솔루션 트래커’에는 한국 사례는 아직 9개 뿐인데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교재로 쓰는 ‘툴킷(toolkit)’이 최근에 한국어 번역이 끝나서 곧 공개될 것입니다. 한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우리 네트워크에 더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세계에 어떻게 우리의 삶을 투영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반응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데이빗 본스타인과 패널들의 토론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많은 기자들이 사건을 중계하거나 현장을 스케치하고 누군가에게 묻고 답변을 끌어내는 건 잘 하지만 해답을 찾는 과정에 참여하는 건 낯설고 막막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 요가하는 분 계시죠? 요가를 하면 행동을 바꾸게 되죠? 좋은 느낌을 주는 것, 어떤 영향을 주면서 더 많이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를 들춰내고 우리가 얼마나 끔찍하고 비참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보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기사죠. 확인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도 알려줘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고민도 비슷하고 문제의 양상도 비슷합니다. 공동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들이 서로서로를 돌보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달 걸리는 데 이게 가능하겠어? 저는 시도해 볼 만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날 테니까요.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는 독자의 충성도도 높고 사회적 임팩트도 높습니다. 요가를 하려면 일단 배우러 가야 합니다. 이런 좋은 이야기를 같이 공유하고 싶다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울리는 그런 보도가 필요합니다.
– 기자들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뉴스룸의 문화와 관행을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까요. 로체스터에서 10년 동안 취재했는데도 해법을 찾지 못한 걸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했다고 했는데요. 한국에서도 그런 조직이 필요할 거라고 보십니까.
= 교육과 시스템 지원을 하는 네트워크가 있으면 당연히 좋겠죠. 대학이나 전문가 그룹이나 개별 뉴스룸이나 여러 가지 형태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사회 혁신가 그룹일 수도 있을 거고요. 뉴스 조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조직 혁신에 대한 몇 가지 솔루션이 있습니다. 덴마크의 컨스트럭티브 이니셔티브도 조직 혁신 툴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과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에디토리얼 미팅에 가까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걸 취재할까 편집회의에서 추가적인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바뀐다는 것입니다. 누가 더 잘하고 있나,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가, 아이템 회의를 할 때 질문을 추가하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솔루션은 속삭인다고 하는데요. 솔루션은 백그라운드에 있기 때문에 무시하기 쉽죠. 아이템 회의를 할 때 솔루션 관점에서 기사를 봤는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에게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디 불편한 게 없냐고 물어보죠. 중요한 질문을 습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인공을 영웅으로 프레임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런 접근방식이 있더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런 대단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소개하는 것은 오히려 독자들을 방관자로 내몰게 될 수 있습니다. 과정과 시행 착오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야 합니다. 우리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해법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오해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완벽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 어떤 문제든 완벽한 해결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이 있고 여러 가지 차이가 있죠. 자칫 히어로 스토리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진짜 영웅들이 있죠. 그렇지만 기사를 읽는 사람이 내리는 결론이 이건 이 사람이 정말 특별해서 그래, 나는 특별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곤란합니다. 성과에 집중하는 건 좋지만 사람이 부각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한국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 오늘날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독자들이 저널리즘에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기사를 읽으면 우울해지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언론사들은 왜 뉴스에 돈을 안 내느냐고 묻는데, 문제는 제품입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제품을 바꿔야 합니다. 저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중요한 경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버그린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2년 뒤 10년 뒤에도 다시 읽힐 만한 기사를 만들 수 있다면 저널리즘 위기의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 경영진의 장기적인 선택과 결단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조금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취재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모든 걸 다 취재하려고 합니다. 일단 사건이 생기면 우루루 몰려가죠. 우리 독자들에게 이런 중요한 걸 꼭 알려야 돼! 하지만 비슷비슷한 뉴스가 어디에나 있고 독자들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세요. 물어보세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그런 시도 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이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 기사를 그냥 하던대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죠.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에디터들은 그런 걸 좋아하죠.
– 조직 혁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언론사 조직만큼 관성이 강한 조직이 없거든요.
=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려면 뉴스룸에 최소 세 명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편집국장이 열려 있어야 하고 에디터가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경험이 많고 열정이 있는 기자가 필요합니다. 날마다 새로운 사건이 쏟아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시도가 한가하게 보일 수도 있죠. 편집국장을 설득하려면 다른 언론사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독자의 참여와 신뢰, 언론사 수익 확대 등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례는 많습니다. BBC와 뉴욕타임스, 그리고 지역의 작은 신문사들 사례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솔루션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솔루션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확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네트워크와 구글과의 협업에 대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에 “Ok Google, Tell me something good(오케이 구글, 좋은 이야기 들려줘)”이라고 말하면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를 읽어주는 기능이 도입됐습니다. 아직 미국에서만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과도 이야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구글에서 뉴스를 선택할 때 전통적인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 중에 우선 순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솔루션 저널리즘 워크숍을 공동 주최한 아쇼카한국 이혜영 대표의 마무리 발언 가운데 일부입니다.)
= 가장 큰 걸림돌은 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솔루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에 실리는 칼럼은 대부분 대학 교수들이 쓰는데요. 이걸 3분의 1로 줄이고 3분의 1을 솔루션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쇼카한국에서 교육 혁신가들과 정례 포럼을 하고 있는데요. 언젠가 한 번 신문 지면에 실리는 교육 관련 칼럼들을 모아봤더니 대부분 명망가들의 칼럼이고 실천과 대안, 해법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 전문가들이고 혜안도 있고 깊이도 있는 것 같지만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냥 좋은 글인 것이죠.
= 며칠 전 소설가 김훈 선생님이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동자들이 1년에 300명씩 떨어져 죽는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고 태양광이고 인공지능이고 뭐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정말 좋은 칼럼이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비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스타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문제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왜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지 못할까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건 탄식하고 분노하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답을 찾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겠죠.
= 인도네시아에서도 노동자들 추락 사고가 많아서 하루 7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안전장비를 구입하는 것보다 사망 보상금을 주는 게 더 싸다고 할 정도였는데요. 해리 슐리츠타토(Harry Suliztiarto)라는 등반 전문가가 나서서 건설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어떻게 로프를 걸고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등을 교육을 했다고 합니다. 2012년에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된 분입니다. 원래 암벽 등반 교육을 하던 사람인데 산업 안전 교육 전문가로 변신한 거죠. 워크앳하이트(Work at Height)라는 회사를 만들었고요. 저렴한 가격의 안전장비를 보급하고 보험사를 압박해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기업에 보험료를 더 받으라고 요구하고. 실제로 노동자들 대상으로 등반 대회도 하고 등등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칼럼을 쓰게 하면 이렇게 변화가 가능하겠구나, 독자들이 생각하게 되겠죠. 사회적 상상력이 풍성해 질 거고요.
= 며칠 전에 박스에 구멍을 뚫자는 칼럼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게 왜 안 되고 있는지, 구멍을 뚫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구멍을 뚫을 경우 뭐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없죠. 박스에 구멍 뚫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안 한 기업도 비난 받을 일이지만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면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상상력을 좁힐 게 아니라 이게 왜 안 되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직접 실행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이 이런 논의와 토론, 실행의 과정에 함께 하면 좋을 거고요.
(다음은 솔루션 저널리즘 워크숍에 패널로 참여한 이선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언 가운데 일부입니다.)
= 우리가 저널리즘 혁신을 이야기할 때면 해묵은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스노우폴만 이야기하는데요. 솔루션 저널리즘이 어떻게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어떻게 변화를 만들고 추락한 저널리즘의 신뢰를 복원하는가 등등을 제대로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BC의 솔루션 저널리즘 사례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고요. 솔루션 저널리즘이 비즈니스적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인 재교육에서도 한 섹션으로 들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대학에서 예비 언론인들을 교육할 때도 솔루션 저널리즘 과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읽을 거리.
“본질과 구조에 대한 질문, 해법과 과정을 추적하라.” http://www.solutionjournalism.kr/lecture/
비판과 냉소를 넘어,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안합니다. http://www.solutionjournalism.kr/introduction/
솔루션 저널리즘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http://www.solutionjournalism.kr/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