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지향의 접근, 편집자들을 설득하는 방법.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의 공동 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티나 로젠버그는 오랫동안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남미와 동유럽을 돌면서 가난과 질병, 독재, 고문, 인권 유린 등을 취재했고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10월10일 로젠버그의 스토니브룩 저널리즘 스쿨에서의 강연 가운데 일부다.

“그때 제가 보도했던 건 달리 말하면 미국에 있는 우리가 그곳에 대해 갖는 고정 관념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사명은 우리의 그런 고정 관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저는 성공했습니다. 프리랜서로서 밥벌이를 했고 상도 많이 받았고요. 1997년 뉴욕타임스에서 에디터로 일하게 됐을 때도 대부분의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널리즘은 문제를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뭔가를 폭로하면 누군가가 뛰어들어서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결되는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어요. 저는 실력 있는 기자로 인정 받고 있었고 뭔가를 다르게 해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종류의 영향력이나 고정 관념을 넘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 제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과 제가 연결될 수 있을 거란 생각, 세상에 진실로 정확한 거울을 제공할 수 있으리란 생각 말이죠.”

문제에서 벗어나자는 제안이 아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자는 제안이 아니라 문제 중심의 보도가 전체 그림을 다루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로젠버그가 해결 지향의 접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브라질의 에이즈 치료제를 둘러싼 논란을 다루면서였다.

“1995년에 에이즈 치료제가 출시됐는데 약값이 1년에 최대 2만 달러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이런 사실이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제약 산업과 워싱턴의 결탁이 있었고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특허를 무시하고 복제약을 만드는 나라들이 있었지만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강력한 압박을 했죠. 이런 내용으로 기사를 쓰겠다고 했더니 편집자가 반대했습니다. 말라위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는 거죠. 재미도 없고 독자들이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을 거라고요.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뒤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제약을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미국과 맞장을 뜨면서 말이죠. 브라질의 사례를 다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해결됐는지,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말이죠. 저는 기사에서 브라질 정부의 특허 위반이 옳은 일이라고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브라질은 했고 다른 나라들은 못했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런데 이 기사가 훨씬 더 잘 읽혔습니다. 사람들은 말라위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브라질에서는 복제약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몰랐거든요. 기사의 파장도 컸습니다. UN에서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의 치료제 개발에 글로벌 펀드를 만들기로 했고요. 당연히 제약회사들은 반대했죠.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 치료제가 안 듣게 될 거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쓴 기사에서는 이런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 어떻게 에이즈 치료제를 보급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브라질처럼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게 됐죠.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브라질을 벤치마킹했습니다.”

로젠버그는 이 기사 이후로 편집자가 반대하는 주제를 다룰 때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대한 부정확한 이미지를 퍼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로젠버그는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쓰자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완의 해법, 그라민 은행의 경험.

또 다른 공동 설립자인 데이빗 본스타인은 1992년 뉴욕타임스에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면서 변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라민은행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인 것처럼 보였지만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가난한 여성들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줬는데 대출 상환율이 96%나 됐고 이 가운데 60%가 가난을 벗어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라민은행이 유명세를 타면서 마이크로 크레딧(소액 대출)이 빈곤 탈출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그라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55%가 빌린 돈으로 사업을 하기보다는 당장 생활비에 써버렸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실제로 그라민은행의 대출 금리가 최대 50% 가까이 됐기 때문에 고리대금업과 다를 게 뭐냐는 비판도 있었다.

데이빗 본스타인은 2017년 오픈마인드와 인터뷰에서 “그라민은행에 대해 썼던 글을 거의 대부분 수정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본스타인은 “저널리스트가 해법을 말할 때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철저하게 근거로 이야기하고 결과 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마이크로 크레딧이 빈곤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결론이 혼란스러워 보인다면 마이크로 크레딧 자체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뉴욕대학교 교수 조나단 모덕(Jonathan Morduch)은 “하루에 1~2달러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하루에 1~2달러를 벌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어떤 날은 5달러를 벌고 2주 동안은 아무런 벌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1~2달러는 평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도전은 예측 불가능한 일상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한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이크로 크레딧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라 실제로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본스타인은 “소득이나 가계 지출 같은 지표만 보면 실제로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많은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를 하거나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등 일상 생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데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본스타인은 “우리는 특정한 아이디어를 옹호하거나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라 문제에 대한 대응과 그 결과를 기록하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거나 가설이 잘못됐다면 뒤늦게라도 수정하고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렌즈를 옮겨라.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그라민 은행의 경우처럼 획기적인 해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솔루션 스토리텔링의 세 가지 팁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렌즈를 옮기라(Shift your lens)는 것이다. 기자들은 흔히 “피가 흐르면 기사가 된다(If it bleeds, it leads.)”고 말하곤 한다. 지금까지 문제를 추적하는 데 집중했다면 한 번쯤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여 보라는 이야기다.

둘째, 문제의 작은 조각에 집중하라(Focus on a small slice of a problem)는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다. 더 작게 쪼개고 더 가볍게 시작해도 좋다. 먼저 자동차 통행량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고 도심 지역에 혼잡 요금제를 도입한 런던과 뉴욕의 경험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호기심을 따라 가라(Live a life of curiosity)는 것이다. 궁금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프리랜서 기자 크리스 말로이는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취재하는 건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면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해법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 보도하는 건 기자로서도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솔루션 저널리즘 툴킷(tool kit)에는 언론인들의 다양한 경험이 소개돼 있다. 퍼블릭라디오인터내셔널의 마이클 스콜러는 “가장 어려웠던 건 해법엔 관심이 없고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기자들의 문화였다”면서 “문제나 갈등 보다는 대안에 집중하도록 하는 본능의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페이엇빌옵서버의 마이클 아담스는 “데스크가 솔루션 저널리즘에 매우 회의적이었느지만 첫 번째 기사를 쓴 뒤에 완벽하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애틀타임스의 캐시 베스트는 “우리는 독자들과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기사 작성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기사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문제에 기반한(problem-based) 기존의 기사 작성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도를 추가하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단순히 사실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 더 나은 대안을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미죠.”

다음은 지난 2월10일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의 온라인 워크숍 가운데 각각 로젠버그와 본스타인의 답변 일부다.

“기후 위기와 같은 큰 문제는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저는 전구나 갈자고 말합니다. 5톤짜리 문제에 5온스짜리 해법이죠. 이런 걸로 세상이 바뀌겠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더 근본적인 해법이 없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찾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살피는 거죠. 그걸 작은 조각들로 나눕니다. 기후 변화는 크죠. 그럼 작은 조각으로 자르세요. 분리 수거 이슈도 있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있고 산호초나 생물 다양성 문제도 있고요. 수많은 작은 조각들이 있을 거고 각각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누가 더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여기에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하는 겁니다. 적절한 무게의 기사 거리를 찾는 거죠.”

“우리는 저널리즘이 피드백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피드백을 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널리즘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언론 보도 가운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다룬 기사는 5%도 채 되지 않습니다. 만약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내가 얼마나 아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95%고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5% 밖에 안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다른 병원을 찾아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묻고 싶겠죠. 기후 위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요? 이런 질문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문제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기후 위기가 얼마나 급박한 문제인지 강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동시에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완화(mitigation)와 회복력(mitigation)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고요. 아니면 불안과 공포는 냉소와 방관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나쁜 뉴스의 해독제가 아니다.

지난 4월6일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린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International Journalism Festival)에서 도이체 벨레(Deutche Welle)의 기자 아지트 니란잔(Ajit Niranjan)은 “솔루션 저널리즘을 부정적인 뉴스에 대한 해독제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절망과 공포를 부추기는 것도 옳지 않지만 일부의 해법을 지나치게 포장하는 것도 위험하다. 실제로 대부분 사람들은 지나치게 절망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아지트 니란잔이 소개한 솔루션 기사를 다룰 때 편집자가 해야 할 네 가지 질문이다.

첫째, 이 해법이 보도할 가치가 있는가. 여기에 구체적인 인사이트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면 잘못 전달할 위험이 있다.

둘째, 이 해법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이야기해 봤나. 실제로 구체적인 영향과 변화, 드러나지 않는 한계를 확인할 수도 있다.

셋째, 이 해법이 완전히 성공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게 있나. 특정 환경에서만 효과적일 수도 있고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외부적인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넷째, 이 해법이 문제의 어떤 부분에 대응하는가. 문제의 원인과 증상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문제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