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저널리즘을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질문.
다음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진민정이 솔루션 저널리즘을 주제로 연구 보고서를 내면서 전문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답변으로 정리한 것이다. 진민정이 묻고 이정환이 답했다. 미국에서 이런 걸 하니 우리도 해보자는 태도로 접근하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 상황은 다르기도 하고 미국의 솔루션 저널리즘과 유럽의 컨스트럭티브 뉴스는 또 다르다. 한국형 문제 해결 저널리즘은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보고서의 전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1. 오늘날 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하게 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콘텐츠의 위기와 저널리즘 환경의 위기를 구분해서 이야기해주세요.
먼저 콘텐츠의 위기는 이미 뉴스가 너무 많고 독자들은 현상의 이면, 맥락과 본질을 알기 원하는데 언론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언론이 사안을 규정하고 답을 내려주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뉴스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시대도 아니고 뉴스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들도 없습니다. 뉴스가 진실을 규정하기 보다는 진실에 이르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뉴스 기업들은 여전히 발생 사건 중심의 제작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환경의 위기는 첫째, 콘텐츠에 투자할 재원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둘째, 뉴스 기업의 수익 구조가 광고주 특히 자본 권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고, 셋째,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언론사 조직의 관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뉴스 조직들이 자본에 영합하거나 독자에 영합하는 건 진실에 복무한다는 저널리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하던대로 하는 관성이 강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바뀌는데도 계속 멈춰 있기 때문에 오히려 퇴행하는 것입니다. 독자를 잃고 의제 설정의 영향력도 약해지고 수익 기반도 무너지면서 생존을 위한 타협에 매몰되고 결과적으로 저널리즘을 희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 한국 언론에서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찾기 힘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출입처 중심의 취재와 발생 사건 중심의 보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가깝고 사건의 맥락을 추적하고 본질을 파고들고 해법을 모색하기는 멀고 어렵거나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사건을 따라가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거 우리가 늘 하던 거 아냐?”라거나 “좋은 건 알겠는데 그게 언론이 할 일인지 모르겠다”거나 “해법을 왜 언론이 내놓아야 하느냐”거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집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것과 다른 방식을 고민해 본 적도 없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당장 맡고 있는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소화하느라 바쁜 건 조직 구성이 그렇게 돼 있고 누구나 맡은 분야의 부품을 조립하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더딘 것은 구조적으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정치 냉소 때문일 수도 있고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독자들이 뉴스를 외면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낡은 관행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법이나 대안은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고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분노를 판매하고 갈등을 중계하는 방식에 매몰되는 것이죠.
3. 뉴스가 단순 사실이나 비판적 내용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활용 가능한 해법 사례들을 찾아 전달해야 한다는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새로운 모델이라기 보다는 저널리즘의 확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뭐로 붙이든 또는 굳이 이름을 붙여서 이게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규정하지 않더라도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그리고 기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데스크가 이게 다야? 현장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더 들어보지? 뭔가 답이 없을까?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을까? 좀 더 물어보자고 한 번 더 피드백을 주기만 해도 기사의 방향과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편집국 취재 가이드라인에 해법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뭔가를 해보자는 게 아니라 기존의 방식에 해법을 찾는 과정에 대한 질문과 모색을 추가해 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4. 몇 년 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을 표방한 매체들이 영미권과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뉴스가 사안과 그 해결 과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확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십니까?
독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저널리즘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뉴스에 싫증을 느끼고 겉돌고 맥락을 잃은 뉴스에 실망하고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봐도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는커녕 무기력하고 분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읽고 즐거운 뉴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뉴스를 공유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데 그런 뉴스가 없죠. 언론이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 실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해결 지향 보도를 갈망하는 것이고요.
5.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보다는 해법을 중시하는 저널리즘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정의를 내리신다면 이 저널리즘을 어떻게(범주 혹은 방향 측면에서) 규정하시겠습니까?
‘해법을 찾는 과정에 대한 보도’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완벽한 해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더 많은 질문과 더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안 되더라, 우리는 이런 걸 해보고 있다, 이런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등, 실제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성과와 한계를 기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록하고 리스트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록을 집적하고 다시 구조화하고 의미를 짚고 매뉴얼화하는 작업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6. 만약 솔루션 저널리즘에 유효한 측면이 있다면, 언론인들이 어떤 부분들을 경계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에서는 특히 ‘액션 저널리즘’이나 ‘해결사 저널리즘’을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언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언론인이 직접 문제 해결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기사를 써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치를 움직일 수도 있고 공무원을 움직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식의 ‘기자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는 적당히 박수만 치고 끝나거나 오히려 독자들을 관찰자로 머물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언론도 물론 많지만 언론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준다면 독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요. 실제로 정의로운 어떤 언론인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많은 것을 바꾸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독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언론인이 더 많아져야 해’, 아니면 ‘다른 언론은 모두 기레기야’라고 냉소하게 됩니다.
언론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언론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면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빗 본스타인이 이야기하듯이 영웅 만들기를 경계해야 하고(기자가 영웅이 되는 것도 포함), 미담으로 끝나서도 안 됩니다. (미담과 솔루션 저널리즘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주인공이 돼서는 안 되고, 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숫자로 입증하고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요.) 전문가에 의존한 싱크탱크 저널리즘도 답이 될 수 없고요. 적당히 훈계하고 거대 담론으로 포장하거나 정치가 나서야 한다, 사회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등의 모호한 결론으로 끝나는 것도 솔루션 저널리즘이 될 수 없습니다. 더 철저하게 현장의 실험에 주목하고 숫자로 입증하고 검증하면서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자칫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규정하는 건 여전히 솔루션 저널리즘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시와 비판, 의제 설정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고유한 기능이고 지금보다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그걸 하지 말고 이걸 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것도 해보자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서 조금 더 나가는 것,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취재와 보도의 무게 중심을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죽는 사람이 1년에 300명이라는 기사를 쓸 수도 있겠지만 추락 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쓸 수도 있습니다. 지방 소멸에 대한 기획 기사를 쓸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지방 소멸에 맞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문제를 중심에 두는 것과 해법을 중심에 두는 것은 메시지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쪽방촌 르포도 좋지만 노인 주거에 대한 대안을 취재하는 것도 좋겠죠.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적인 해법을 이야기한다면 실제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솔루션 저널리즘은 적당히 감동적인 미담이나 한번 휩쓸고 지나가는 캠페인이 아니라 과정과 매뉴얼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해법이 아닌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해법이 아니라 해법을 찾는 과정, 실패든 성공이든 그 논의와 변화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록이 남아서 다음 단계로 우리를 이끌 테니까요. 감시와 비판, 날 것 그대로의 사실 전달과 의제 설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깨진 유리창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고 디테일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언론도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8. 솔루션 저널리즘 실천과 네트워크 시도들은 주로 영미권과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적 저널리즘 환경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도입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외국에 이런 멋진 게 있다더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한국 언론에 도입하려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문제를 규정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프로세스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의 기자들은 가서 보고 듣고 기록하는 데 익숙하지만 답이 안 나오는 문제를 추적하는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합니다. 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선명하고 강력하지만 문제로부터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은 막연하고 지루하고 실제로 뾰족한 해법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해법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하도록 우선 순위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해법에 집중하게 하려면 해법과 무관한 불필요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덜어내고 성과와 한계, 가능성을 명확하게 짚는 새로운 서술 방식이 필요합니다. 적당히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기사가 바로 매뉴얼이 돼야 하는 것이죠.
장기적으로는 뉴스룸의 조직 혁신과 뉴스룸의 의사 결정 구조의 변화가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저널리즘 프로세스에 시스템 싱킹과 디자인 싱킹을 접목하려는 시도,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 린 방법론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필요할 것 같고요. 기자가 직접 답을 내놓으려 하기 보다는 시민 사회 진영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으려는 시도도 필요할 것이고 기자가 좀 더 현장에 깊이 뛰어들어 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태도의 변화도 필요할 것입니다. 저널리스트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제 해결 해커톤(해킹+마라톤) 같은 것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9. 저널리즘을 혁신하고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더 있을까요? 저널리즘의 규범을 지키면서 또 다른 어떤 시도들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솔루션 저널리즘이 그 시도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거고요. 사람들에게는 변화에 대한 갈망, 더 나은 세상과 정의에 대한 참여 의지가 있습니다. 언론이 그런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면 기꺼이 유료 구독에 동참하고 후원을 시작할 거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명확한 브랜딩과 콘텐츠 포지셔닝이 한국 언론에 필요합니다. 독자들이 직접 사이트를 찾아오게 만들고 뉴스의 맥락을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이 의제 설정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저는 한국 언론의 가장 큰 위기는 자본 종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의 언론사 시스템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조직의 DNA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속보 경쟁과 클릭 바이트 기사 역시 경쟁의 문법을 바꾸지 못하고 플랫폼에 종속되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스트들이 저널리즘에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여전히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갈망이 높고 차별화된 뉴스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기성 언론의 경우 자전거 바퀴를 멈출 수 없듯이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비행기를 고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우리에게는 새로운 성공 모델이 필요합니다.
속보를 줄이거나 통신사와 역할 분담을 하는 것, 심층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재 부서를 독립하고, 디지털 스토리텔링 포맷을 계속 실험하고, 뉴스의 맥락을 파고 들기 위한 리서치 서포트 부서를 설립하고, 시민 사회 진영과 협업하는 시스템을 모색하는 등등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건 얼마든지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연계한 모델도 가능할 거고, 뉴스 레터를 강화하고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뉴스 유료화를 확대하면서 독자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옮겨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10. 솔루션 저널리즘과 관련하여 제언하실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할 일이 따로 있고 시민 사회가 할 일이 따로 있고요.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언론이 할 수 있는 기록과 비판, 검증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펀드나 후원 조직, 또는 언론사들의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 솔루션 저널리즘 과목을 개설해서 학생들이 한 학기 과정으로 직접 솔루션을 추적하는 실습을 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성 언론인을 교육하는 것보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게 더 빠를 것 같기도 하고요. 기성 언론인과 학생들이 팀을 짜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할 수도 있을 거고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기금을 만들어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공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성 언론인 교육 과정으로 솔루션 저널리즘 방법론을 교육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 해결 방법론과 조직 혁신에 대한 과목을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냥개처럼 사건을 쫓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사건의 맥락과 이면에 대한 토론, 패턴을 발견하고 구조를 이해하는 팀 프로젝트의 경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민 사회 진영에서 직접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의 협업 프로젝트를 연계하는 프로세스도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500가지 정도 정리하는 전문가 그룹이나 워크숍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저널리스트들과 사회 혁신 그룹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나가는 로드맵을 그려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것 같습니다.